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열린 '햄버거 회동'에 참여한 전직 군인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삼회 당시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당시 국방부 혁신기획관은 계엄 6시간 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만났다. 특검은 이들이 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임무를 받는 등 노 전 사령관과 함께 내란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피고인들은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의 명목상 단장과 부단장에 불과하고 세부 내용은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내란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병력을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간 여론조사기관에 투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군인 6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위헌·위법성을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한 상태에서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기에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 계엄 선포문 표지를 작성해 윤석열 전 대통령,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부서(서명)를 받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도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낮은 형량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강 전 실장이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비상계엄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처럼 보이게 할 의도로 허위 선포문을 작성했다는 공소사실은 '선포문에 관련 내용이 직접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내란 핵심 관여자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마저 형량이 대폭 깎였다. 1심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간부 회의를 열어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교정시설 수용공간 점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에서 인정된 혐의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유죄로 판단한 혐의를 무죄로 뒤집으면서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내란 관여자들이 줄줄이 무죄를 선고받거나 낮은 형량을 받는 모습을 보면 '재판부가 내란의 위험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국민들의 저항으로 일찍 끝마쳤을 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포고령 내용은 1980년 전두환 세력의 계엄 포고령보다 위헌적이고 폭력적이었다.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파업 중인 전공의들을 처단하겠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고나무 작가가 13년 만에 개정한 책 <독재자의 비밀>은 두 독재자의 포고령을 비교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 작가는 기자 시절 취재 목적으로 읽었던 전두환의 계엄 포고령보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포고령이 "더 거칠고, 더 폭력적이었을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훨씬 더 조악했다"고 비판한다.
작가가 분석한 전두환의 모습은 윤 전 대통령과 닮았다. 술을 좋아하고 우두머리 기질이 있다는 개인 성향은 물론이고, 전두환이 12·12 군사반란을 쿠데타로 인정하지 않았다거나 자신이 정치에 관심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까지 내란 재판에서의 윤 전 대통령 변명과 흡사하다.
만약 이번 내란의 관여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면, 전두환과 쿠데타를 함께한 인사들이 적절한 처벌을 받지 않고 후대마저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는 점마저 같아질까 두렵다. 작가는 정부 주요인사가 되거나 대기업 및 재단의 고위직을 맡으며 말년을 보낸 쿠데타 핵심 인물 대다수가 전두환에 대해 침묵한 채 생을 마감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두환이 부당 축적한 재산은 제때 회수하지 못한 채 가족들에게 넘겨져 2026년 현재 해답이 없는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작가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않은 자 또한 부작위범으로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규화 전 대통령이 대표 사례다. 최 전 대통령은 1979년 12월 12일 정승화 계엄사령관의 체포를 승인하고 1980년 4월 14일에는 전두환을 중앙정보부장 서리에 임명했다. 쿠데타에 명시적으로 찬성한 건 아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쿠데타를 막기는커녕 정권 찬탈로 나아가는 길을 만들어 주는 '적극적 부작위'로 전두환을 도왔다고 작가는 비판한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관여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사법부는 작가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전두환과 그 일당이 쿠데타 이후 사람들을 어떻게 즈려밟고 부를 쌓았는지, 수십 년 지난 지금까지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똑똑히 봐 왔다. 때문에 같은 전철을 밟으려 했으며 국민들에게 더 심한 탄압을 예고한 내란 일당에게 보다 강한 철퇴를 내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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