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사흘째 '돼지 눈'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야당의 비판에 "껍데기만 좇는 눈에는 껍데기만 보일 뿐"이라고 반박한 데 대해 "껍데기만 좇는 눈이 과연 누구냐"며 "야당 비판에 '돼지'라는 단어를 꺼낸 것은 이재명 본인 아니냐"고 맞받았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잦은 해외 순방을 지적하는 야당을 향해 "하는 일도 준비도 없이 사진 찍고 생색이나 내며 널널하게 음주, 쇼핑, 관광이나 즐기는 것을 대통령 해외순방으로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빽빽한 공식업무일정, 높은 업무 강도로 코피 터지는 해외순방조차도 놀러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민생은 무너지는데 대통령은 벌써 14차례, 23개 국가를 순방했다"며 잦은 순방을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깎아내리는 것도 모자라 돼지에까지 빗대는 오만함"이라고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순방을 자주 다니든 적게 다니든, 외교가 제대로 풀리고 있다면 국민들은 대통령 부부 해외순방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리어 "돼지의 눈으로 국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돼지 같은 일들만 보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도 재반박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2일 다시 엑스에 "무학대사와 이성계 간 고담준론의 한 부분인데, '부처 눈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인다'고 똑같은 말을 한글로 표현하니 야당이 격 떨어진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완전히 같은 말인데도 한문을 둘러야만 권위가 생긴다고 믿는 기묘한 분별심"이라며 "말의 품격은 그릇이 된 글자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통찰의 깊이에서 나온다. 껍데기만 좇는 눈에는 껍데기만 보일 뿐"이라고 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의 SNS 반박을 겨냥해 "견강부회, 적반하장이라고 합니다만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한글로 풀이했다"며 "억지로 끌어다 붙이고 맞추는 작태,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드는 작태를 멈춰주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당시 언행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이 국회 본청에 입장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에 '무엇이 불만이냐'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야당의 항의가 본인에게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하루 먹고살기 바쁜 일반 사람에게 연설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험한 말을 듣게 될 것"이라며 "야당의 항의와 비판을 방해나 불만으로 인식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 전 사전환담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안부를 물은 일을 두고는 "공감 능력이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본인이 대법관 제청권을 흔들고 민주당이 국정감사에서 흔들고 탄핵이니 국정조사니 하면서 사법부 독립을 뒤흔드는데 면전에서 '잘 계시냐'는 말씀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요구한 오는 5일 본회의 개최에 대해 "굳이 5일 할 필요가 있느냐"며 같은 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본회의 일정과 안건이 정해진 뒤 대응 방안을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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