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28일 1박2일 일정으로 고향인 목포를 방문해 전쟁 반대,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의 고향 방문은 지난 1998년 무안-목포 간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식 참석차 방문한 뒤 8년 만이다.
김 전 대통령의 호남행은 북한의 핵실험 사태, 10.25 재보선 후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논란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날 방문에는 천정배 의원, 한화갑 대표 등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다수가 동행했다.
PSI 참여 신중히 대응해야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고 그렇게 남북이 서로 안심할 수 있을 때 같이 통일을 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해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하고, 미국은 안전보장을 해 주고 경제제재를 풀어야 한다"면서 "주고받는 협상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를 위해 미국은 대화를 해야 한다"며 북미 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아이젠하워, 닉슨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은 과거 공산국가에 대한 억압과 봉쇄는 다 실패하고, 평화와 대화 정책은 다 성공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전쟁이 나면 수백만 명이 죽을 수 있다. 미국이나 세계는 우리를 중심에 놓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대화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대량학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확대 문제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잘못하면 무력 분쟁이 일어나고, 무력 분쟁은 전쟁을 부른다"며 "정부는 PSI참여에 신중한 대응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정치에 개입 않을 것"
김 전 대통령은 한편 "나는 앞으로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5분여 가량의 연설 동안 정치 불개입 선언은 두 번이나 나왔다. 최근 정계개편 흐름과 맞물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린 정치권의 시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통령은 다만 "이 나라가 잘 사는 일, 국민이 행복한 일을 위해서는 어떠한 일이라도 하겠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 우리 민족의 화해와 협력, 평화적 통일에는 헌신하고자 한다"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적극적인 활동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연됐던 북한 방문 등을 재추진 할지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으로 △여야 정권교체 △외환위기 극복 △여권 신장과 노동운동의 자유 보장 등을 열거하며 마지막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교류 이후 우리가 비료와 의약품, 식량을 주면서 북한이 우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이런 남북관계 개선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장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발전"이라고 말했다.
이날 목포역 주변 건물에는 환영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3000여 명의 목포 시민들이 운집하는 등 김 전 대통령의 고향 방문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환영행사 2시간 전인 정오부터 모여든 시민들은 차분한 환대 속에서 고향 출신 전직 대통령의 8년만의 고향 방문을 반겼다. 김 전 대통령은 환영행사 도중 시민들과 함께 '고향의 봄', '목포의 눈물'을 부르며 환대에 화답했다. 이희호 여사는 '목포의 눈물'을 따라 부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등 고향방문의 감회를 숨기지 못했다.
한 시민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뵙는다.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시니 안심이 된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이날 200여 명의 경찰들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며 군중을 통제했으나, 별 다른 사고 없이 환영행사는 마무리됐다.
김 전 대통령은 연설 초반 "반세기 동안 정치에 참여해 수많은 고비를 겪었지만, 그 때마다 국민들과 호남 지역민들의 격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이 모든 영광을 여러분께 바친다"며 호남에 대한 진한 애정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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