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전기를 넘어 지역을 살리는 햇빛…'완주형 햇빛소득' [독자칼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전기를 넘어 지역을 살리는 햇빛…'완주형 햇빛소득' [독자칼럼]

​햇빛으로 소득을 만드는 길이 태양광 발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햇빛으로 작물을 키우고, 꽃으로 사람을 부르며, 수확한 씨앗으로 먹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 완주군이 준비하는 경관농업이 바로 그러한 길이다.

같은 햇빛을 이용한 소득이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와 주민 갈등을 없애고, 농지의 가치를 키워 사람과 소비가 지역에 돌게 하는 '완주형 햇빛소득'이 핵심이다.

​정부의 햇빛소득마을은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정책이다. 취지는 좋지만 시설 입지와 투자 부담, 지역 경관 훼손, 수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을 찾는다면 발전 시설뿐만 아니라 농업 자체가 지닌 가능성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최근 완주군은 시범적으로 약 10ha의 농지에 유채 등 경관작물을 심겠다는 구상을 마련했다.

농지를 농업의 공간으로 오롯이 지키면서 농민의 재배 경험을 살리고, 관광과 가공품 판매로 소득 기반을 넓히는 방식이다. 새로운 사업의 수익을 단순히 나누는 것을 넘어, 농가와 가공업체, 식당과 상점이 함께 소득을 창출하는 상생의 길이다.

이 구상의 핵심은 기존 논밭을 그대로 이용하는 이모작 농업에 있다. 기존 주작목의 영농 일정과 조화를 이루는 경관작물을 선택해, 한 해 같은 농지에서 기존 농업소득에 새로운 소득을 더하는 것이다.

별도의 발전 시설을 설치하거나 농지를 전용하지 않고 기존 농지와 영농 기반을 활용한다. 대규모 시설 투자나 지형 변경 없이 농촌의 생태 환경과 들녘의 경관을 보존하면서, 농업 자체로 햇빛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경관농업지구를 다수의 농가가 함께 참여하는 생산·소득의 거점으로 운영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참여농가는 자신의 논밭에서 기존 농사를 이어가며 이모작 경관작물을 재배하고, 수확물 판매와 가공 원료 공급을 통해 추가적인 '햇빛소득'을 얻는다.

일부 시설 소유자에게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를 벗어나, 소농과 고령농을 포함한 여러 참여농가가 고루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완주에는 이를 뒷받침할 로컬푸드의 성공 DNA가 이미 축적되어 있다. 지역 농산물을 소비자의 신뢰와 구매로 연결하고, 영세 농가도 유통에 당당히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왔다.

완주의 진정한 강점은 대형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시장을 엮어낸 경험이다. 농가를 조직화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생산하며, 그 결실이 다시 농가에 환원되도록 만든 운영 역량이다.

​

경관농업은 이 경험을 한 단계 확장하는 도전이다. 로컬푸드가 완주의 안전한 농산물을 공공급식과 인근 도시로 보냈다면, 경관농업은 도시민을 완주의 들녘으로 직접 초대한다. 꽃을 보러 온 사람이 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로컬푸드를 구매하면, 농촌의 풍경 자체가 지역의 소득으로 전환된다.

농촌 경관을 파헤쳐 인위적인 관광 시설을 짓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고유한 자산으로 삼는 셈이다.

​완주는 전주를 품에 안듯 둘러싸고 있어 먹거리와 쉼터, 볼거리를 제공하기에 최적화된 생활권이다. 경관작물 꽃밭을 기존 관광자원과 마을 축제, 농촌체험휴양마을, 로컬푸드 직매장과 유기적으로 엮는다면 인근 도시민이 일상 속에서 머물며 지역 상품을 소비하는 선순환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일회성 방문객에 그치지 않고, 자주 찾아와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의 소비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꽃이 진 뒤에도 소득은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 유채와 해바라기는 개화기 경관을 선사한 뒤 수확기 씨앗에서 기름을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자원 작물이다.

식용에 적합한 우수 품종과 재배·착유 가공 조건을 체계적으로 갖춘다면 완주산 고급 유채유와 해바라기유로 상품화할 수 있다.

​

물론 이모작은 지역의 기후와 주작목의 파종·수확 일정에 빈틈없이 들어맞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꽃은 관광자원이 되고, 씨앗은 가공 원료가 되며, 기름은 건강한 로컬푸드 먹거리가 되는 가치사슬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히 비용과 운영 관리라는 현실적 과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수반되지 않는다 해도 종자대, 파종, 방제, 수확 및 선별에는 분명 비용과 노동력이 든다.

참여농가의 구체적인 역할과 합당한 보상 체계를 명확히 수립하고, 재배 시작 전부터 수확·가공·유통 경로를 선제적으로 마련해 두어야 한다. 관내 기존 공동가공시설과 직매장 판매망을 우선 활용하고, 초기에는 소규모로 시범 추진하며 품질과 시장 수요, 수익성을 검증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화려한 꽃밭의 규모나 일시적인 방문객 수치보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농민이 본래의 영농을 지속하면서 생산비를 제하고 농가 손에 실제로 쥐어지는 순소득이다.

​

▲조석현 전북대학교 수석연구원ⓒ

​완주형 햇빛소득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태양빛을 단순한 전력 생산 수익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농업과 관광, 식품 가공을 아우르는 지역 활성화의 통합 자원으로 삼는 것이다.

삶의 터전인 논밭과 고유한 농촌 경관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이모작을 통해 토지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경관농업지구에 함께한 다수의 농민이 실질적인 소득을 나누어 갖는 농정이다.

농민을 단순한 임대인이 아니라 생산의 주체로 우뚝 세우고, 로컬푸드의 빛나는 성과를 지역경제 전반으로 넓히는 길이기도 하다.

​

햇빛이 꽃을 피우고, 그 꽃이 사람을 부르며, 사람의 발길과 소비가 다시 농가와 지역경제를 살린다.

논밭은 그대로 두고, 경관은 지켜내며, 농가 소득은 더하는 모델. 이것이야말로 완주가 개척해 나갈 '햇빛소득의 새로운 길'이 아닐까 싶다.

따뜻한 격려와 함께 지속적인 관심으로 지켜볼 만한 ‘완주 스타일’의 자치 농정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