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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제재-ICBM 동결 맞바꾸자" 제안에 언론들 철지난 '제재 타령'… 대안 없는 비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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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제재-ICBM 동결 맞바꾸자" 제안에 언론들 철지난 '제재 타령'… 대안 없는 비판만

[정욱식 칼럼] 제재가 북한 비핵화 유도한다? 부러진 지렛대 계속 붙들고 있는 셈

다수의 일간지가 사설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비판과 우려를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어차피 별다른 실효성 없는 제재와 추가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것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밝혀온 '중단→감축→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비핵화'의 첫 단계로 조선의 핵무기 증강·ICBM 개발 중단과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자는 취지이다. 이러한 제안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그런데 국내 주요 일간지는 23일자 사설을 통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핵을 보유한 채 제재를 풀면 북은 핵보유국이 된다"며, "북핵 폭주 앞에서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적어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폐기'도 아닌 '동결'의 대가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간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을 해 온 북한에 선물을 주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정부는 조급함을 버리고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대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아일보> 역시 "아무리 국제사회의 제재 전선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제재는 과거 북한을 대화로 끌어냈고 향후에도 북한을 움직일 압박 카드"라며, "사실상 유일한 대북 지렛대를 벌써부터 내줄 순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없애면, 한·일을 노리는 중·단거리 미사일은 그대로 남게" 되고, "북·미가 끈질긴 후속 협상을 통해 최종 목표인 '폐기'로 나아가지 않으면, 한·일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북핵 위협 아래 살아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구상이 실제 정책이 되려면 치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런 논조는 현실을 도외시한 '비판을 위한 비판'의 성격이 짙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적이고도 절박한 필요를 정확히 포착한 것이다.

조선은 매년 10〜2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조선일보>의 표현처럼 이러한 '폭주'부터 멈춰 세워야 한다. 이를 방치할 경우 한반도 정세 악화와 맞물리면서 조선의 핵위협은 나날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언론이 여전히 '제재의 유용성'에 집착하는 것도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조선은 이미 '제재에 굴복하는 것은 나라의 존엄을 파는 것'이라며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재를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기로 했다. 그 이후 조선의 경제 및 식량 사정은 크게 개선되어왔다. 더구나 조러·조중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면서 제재의 이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재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강제할 수 있는 주장은 이미 부러진 지렛대를 계속 붙들고 있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조선은 이 대통령의 제안에 관심이 없을 공산이 크다. 전략적·군사적 균형을 우선시하면서 핵 고도화를 추구해온 조선은 '중단'의 상응조치로 한미일에 군비증강과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일이 군비통제의 관점을 갖지 않는 한, 조선의 중단조차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재가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 비중이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까닭이다.

ICBM은 어떨까? 조선의 핵전략의 핵심이 대미 억제력 확보에 있다는 점에서 조선이 이미 보유한 ICBM 폐기를 기대하기란 난망하다. 다만 미국과의 협상에서 추가 개발 중단에 합의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리고 재진입 기술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의 ICBM 개발이 중단되면 무기로서의 신뢰성은 반감된다.

어떠한 형태로든 조선의 ICBM에만 제한이 가해지면, 조선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노출된 한국과 일본엔 재앙과도 같은 소식일까?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조선의 ICBM 신뢰성이 약해질수록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 모두 조선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언론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트럼프마저 북핵을 용인하면 우리는 북핵 위협 아래에서 살아야 한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발상의 전환도 주문하고 싶다.

핵위협은 핵무기 자체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관계도 중요하다. 조선은 9개의 공인·비공인 핵보유국 가운데 핵무기 숫자가 가장 적지만, 한국은 제일 큰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관계가 나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이 상기한 제안과 더불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조선·미국·중국을 향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은 현명한 방향이다. 상응조치를 잘 다듬어 조선의 '중단'을 이끌어내고 모두에게 이로운 평화체제가 진전될수록 지금보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암울해질 미래보다 훨씬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 신간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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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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