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편성한 42조 2420억 원 규모의 ‘2026년 제2회 추경예산안’에 대한 처리가 결국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졌다.
도와 경기도의회간의 의견차가 끝내 좁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 측은 민생·복지사업 예산 복원에는 일부 의견을 좁혔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식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23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도와 도의회는 당초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열린 ‘경기도의회 제393회 임시회’를 통해 추경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도는 한정된 재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집중하겠다는 목표 아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 110억 4000만 원 △청년 노동자 지원사업 77억 9000만 원 △경기도교육청 교육협력사업 61억 원 등 총 5465억 원이 감액된 추경안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추경안 심의에 나선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사업비’와 ‘경기도의료원·경기콘텐츠진흥원 인건비’ 및 ‘교통약자이동지원 사업’ 등 민생예산 800억 원의 복구를 요구하는 1차 조정안을 전달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정해진 기한 내 처리가 불발됐다.
도의회는 규정상 임시회의 최대 연장 가능기간인 20일까지 제393회 임시회 회기를 연장한 상태에서 주말에도 협상을 계속했음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지난 21일 기존 1차 조정안에서 300억 원을 줄인 500억 원의 예산 복원을 요구하는 2차 조정안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전날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도와 도의회 간 협상에서도 별다른 진전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은 도민의 민생 안정과 복지 지원을 위한 추경이라는 목표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재원 마련 방식을 두고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전날(22일) 월간회의를 통해 "도는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의 극복을 위해 5465억 원이 감액된 추경안을 편성했지만, 도의회는 오히려 예산을 증액하자고 요구 중"이라며 "결국 도의회는 지역개발기금을 가져오자는 것인데, 도의회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상환 및 이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도의회의 요구에 난색을 표시했다.
추 지사는 "민선 9기 이전의 도정에서 남북협력기금 등 특정 용도가 정해져 있는 기금을 모두 소진한 것도 모자라 지난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채를 발행함에 따라 현재 매일 3억 8000여만 원의 이자가 발생하고 있고, 내년에는 일일 이자 비용이 4억 9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빚을 더 내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선뜻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도의회는 도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남종섭 경기도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발씩 움직여 민생 예산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남 의장은 "명절 전까지 민생에 필요한 예산을 확정하고자 했지만, 도와의 의견 차이를 아직 좁히지 못해 도의장으로서 경기도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한 뒤 "도는 재정 부담을 우려하고 있고, 도의회는 집행부가 감액한 기존 사업 가운데 도민 생활과 밀접한 예산은 다시 살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어 "재정의 어려움은 의회도 인정하지만, 재정 상황만으로 모든 결정을 설명할 수는 없다"며 "예산을 줄였을 때 실제로 어떤 영향이 발생하고, 도민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서로의 주장만 반복하다가 정작 도민에게 필요한 결정을 늦추는 일"이라며 "도와 의회 양당 교섭단체가 한발씩 움직여 결론을 만들어야 한다. 저 역시 의장으로서 협의가 조속한 시일 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조정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도 "의회가 일부 예산의 복원을 요구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번 추경 심의 과정에서 복원을 요구한 예산은 집행부(경기도)가 감액한 기존 사업 가운데 현장에서 계속 필요하다고 판단한 민생·복지 예산을 다시 살펴 복원하자는 것"이라며 "각 상임위원회와 예결특위 심의 과정에서 사업의 필요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감액할 경우 도민에게 발생할 공백과 부담을 살핀 결과 꼭 짚어야 할 부분을 되살리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추경을 둘러싼 집행부와 의회의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럴수록 서로의 판단 근거를 충분히 확인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도와 도의회가 재정 건전성과 민생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도록 추미애 지사께서도 의회의 예산 심의에 담긴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도의회 국민의힘 역시 "도의회가 강력히 요구한 예산 복원의 핵심은 도 집행부가 삭감한 사업 중 도민의 일상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민생·복지 예산’을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생명·안전·돌봄 등 도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예산’을 사수하고, 사업 중단 시 더 큰 손실과 공백을 초래하는 ‘연속 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하되, AI·반도체·R&D 등 경기도의 5∼10년 뒤를 책임질 ‘미래 투자’를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예산을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추경을 대하는 집행부와 의회의 시각차는 존재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재정이 어려울 때일수록 무조건 자르기보다 무엇을 지킬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 아래 민생을 1순위로 챙기는 동시에 시·군의 재정 격차를 조정하는 광역자치단체로서도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며 "추미애 지사는 의회의 예산 심의에 담긴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반영해 무엇이 진정 도민을 위한 길인지 다시 한번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도 관계자는 "추경안 처리를 위해 도의회와 다각도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협의 과정에서 일정 의견 접근이 이뤄진 만큼, 앞으로 긴밀한 협의를 통해 민생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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