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제 활성화, 고유가 피해 지원 등의 명목으로 국민과 주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추석과 설 명절을 앞두고 지급하는 게 정례화하는 듯한 양상이다.
완주군은 2025년 1월에 이어 2026년 9월에도 10여 만 명의 군민에게 30만 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2025년의 지급목적은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경기침체로 주요 경제지표가 하락하고, 군민의 생활안정과 지역경제의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2026년의 지급 목적은 군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지역경제의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 차례 현금지급에 대략 300억원이 소요된다. 완주군은 600억 원을 2년간 민생안정지원금으로 지급한다.
고창군은 2025년 9월에 20만원을 지급한데 이어 2026년 9월에도 5만여 명의 군민에게 30만원의 군민활력지원금을 지급한다. 2025년에는 민생회복과 지역활력의 선순환을 목적으로 하고, 2026년에는 군민의 생활안정과 지역경제 활력을 목적으로 한다. 고창군도 2년 간 250억원을 군민활력지원금으로 지급하는 셈이다.
우선 완주군과 고창군이 2년 연속 현금을 군민 전체에게 지급하는 것은 정례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민생안정지원금 등 행정의 현금 지급은 불가피하고(보완성), 시급할 때(시급성),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경제성), 위기에 처한 주민에게(명확성) 일시적으로(일시성) 최소한의 지원에(최소성) 그쳐야 한다.
과연 완주군과 고청군의 현금지급이 이 같은 기준에 맞는 것인지 모두가 생각해볼 일이다.
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은 어떻게 마련한 것인가? 완주군은 2025년 300억 원 전액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꺼내 썼다고 했다. 「완주군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에 따라 ‘지역경제 상황의 현저한 악화 등으로 기금 사용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기금을 사용한 것 같다.
고창군 조례도 비슷하다. 과연 조례가 정한 정도로 지역경제가 악화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완주군 재정자립도는 2025년 16.12%에서 2026년 15.2%로 떨어졌다. 고창군 재정자립도도 9.54%에서 8.28% 정도로 낮아졌다. 자체재원 비중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5년 전북에서는 현금성 지원이 보편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김제시 1인당 50만 원, 정읍시·남원시·완주군·부안군 1인당 30만원, 그리고 진안군·고창군은 1인당 20만 원을 지급했다. 전체적으로 1,526억 원에 이른다.
2026년에도 현금지급이 다시 한번 확대되고 있다. 정읍시와 임실군에 이어 완주군과 고창군, 부안군 등이 차례로 현금을 지급했거나 지급 중이다. 전체 금액은 943억 원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반복 가능성이다. 자체 수입 기반이 취약한 시·군이 매년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지가 핵심 문제이다.
완주군과 고창군이 그린 것처럼 가계 부담 완화->소비증가->지역상권 매출 증가->지역경제 회복의 흐름이 해마다 자동적으로 성립할지 불투명하다.
연 소득 1억 원인 가구와 생계가 어려운 가구가 똑같이 30만 원을 받는 것은 행정적으로는 공평할지 모르지만 정책적으로 반드시 공정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보편지급'보다 '위기계층 집중지원'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게 필요하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생계 지원을 강화하고, 고령자·장애인·한부모가구 등 취약계층 에너지 지원에 중점을 두는 게 어떨지?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 긴급경영 지원, 가격폭락·재해 등 명확한 피해가 발생한 농업·축산 등 특정 위기산업 지원, 그리고 청년·아동·돌봄 등 구조적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정책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요컨대 완주군이 지급하는 300억 원을 지역기업 육성, 산업단지 고도화, 농산업 가공·유통, 청년창업, 돌봄산업, 에너지사업, 관광·문화산업, 지역 인프라 등에 투자하면 소득과 일자리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지방재정의 우선순위를 현금배당→소비→경기부양에서 생산적 투자→일자리→소득→소비→지역경제 선순환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금 지급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현금성 지원 재정준칙」을 제정해 성과를 평가하고, 통제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재정은 누구의 돈이며, 축적된 재정 여력을 현재 주민에게 환원할 것인가? 미래 투자에 사용할 것인가?”라는 재정 철학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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