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경영 안정과 영농 현대화를 위해 쓰여야 할 농업정책자금이 ‘부적격 대출’로 줄줄 새어나가면서, 정작 자금이 절실한 대다수의 선량한 농민들이 금융 지원 혜택에서 배제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고창군)이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적발된 농업정책자금 부적격 대출은 총 5048건, 피해 금액은 211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귀책 사유별로는 대출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 사용이 2,799건, 1,354억 원(64.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농업 외 용도로 자금을 전용한 ‘목적 외 대출금 사용’이 1,738건, 1,110억 원으로 전체 부적격 대출액의 절반 이상(52.5%)을 차지해 정책자금이 악용되는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외에도 농업 경영 중단이나 사망·이전 등으로 회수해야 하는 ‘중도회수 사유 발생’이 1,061건, 243억 원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집행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농협 등 금융기관의 부실 대출과 관리 소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기관 귀책으로 적발된 부적격 대출은 2,249건, 759억 원(35.9%)에 달했다. 자격 요건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관련 규정 위반 대출’이 2,034건(728억 원)으로 대출기관 귀책 금액의 95.9%를 차지했으며, 사후 점검을 소홀히 한 ‘사후관리 불철저’(145건, 29억 원)와 ‘부적정한 대손보전’(70건, 1억 원) 등도 반복적으로 적발됐다.
농업정책자금은 정부 재정으로 저리 융자를 지원하는 한정된 예산인 만큼, 일부 부적격자에게 새어나간 2,113억 원은 고금리와 영농자재비 상승으로 벼랑 끝에 몰린 실수요 농민들의 대출 기회를 고스란히 박탈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준병 의원은 “생산비 급등과 기상이변 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영세·선량한 농민들은 정책자금 한 푼을 얻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데, 정작 2,1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부적격 대출로 낭비됐다”며 “부적격 대출로 누수된 자금은 실수요 농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혜택을 빼앗긴 것과 다름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적발된 부적격 대출금에 대해서는 끝까지 철저하게 회수·환수 조치하고, 고의적 편법·부정 수급자는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아울러 대출기관의 안일한 심사와 형식적인 사후관리를 막을 수 있도록 심사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행정정보 연계 시스템을 조속히 고도화해 부정 대출을 사전에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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