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2025년 사망원인통계 발표'를 보면, 1년간 10대 39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자살률은 10만 명당 8.6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최근 5년 사이 초·중·고 학생 자살도 65%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살률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 와중에 청소년 자살은 늘어난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부가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청소년 자살률이 역행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히는 등 청소년 자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 자살 문제를 보도하는 기사를 읽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말들이 있다. 학업과 진로에 대한 부담, 가정 문제와 대인관계 스트레스, 스마트폰 및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용, 우울·불안과 수면장애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짚으며, 특히 스마트폰과 SNS 과몰입이 자살 저연령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정을 하기까지의 고통과 어려움은 단순하게 설명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성인 중심이던 심리 부검을 청소년을 대상으로도 시도하거나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심리 검사 및 상담을 진행하기도 하고, 마음 건강을 다루는 교육(사회정서교육)을 진행하는 등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청소년의 고통을 발견하고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고통을 겪는 청소년에게 상담과 의료적 지원을 제공하고,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열악한 청소년인권의 현실, 청소년들의 존재와 표현을 경시하는 문화 등이 청소년의 정신건강 개선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청소년의 고통과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
우울증이나 공황·불안 장애 등을 겪는 청소년들이 주변으로부터 '10대 때는 원래 감정이 불안정한 거다', '네가 나약해서 그런 거다, 참아라' 등의 말을 들었다는 사례를 곧잘 접한다. 남들이 이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청소년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면 '너희가 힘든 게 뭐 있다고, 그때가 좋을 때다' 같은 반응이 돌아오곤 한다. 여기에는 '요즘 아이들은 살기 편해져서, 오냐 오냐 해서, 권리가 너무 잘 보장돼서 문제'라는 식의 청소년 혐오적인 담론도 작동한다. 사회적 자원과 정보가 많지 않은 청소년이기에 삶의 방식을 잘 선택할 수 없고 더욱 쉽게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사정은 헤아려지지 못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문제의 원인은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청소년을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가정폭력 때문에 부모와 부딪치고 여러 차례 탈가정하는 청소년이나 학교에서, 시설에서 수업 등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을 품행 장애라며 치료받게 하는 등의 사례들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청소년들의 고통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한계가 엿보이는 모습들이다.
청소년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문화 및 법 제도와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합쳐지면 청소년의 의료 접근권이 직접적으로 가로막히기도 한다. 정신의학과 병원 중 상당수는 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 없이 청소년 진료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음에도, 보호자의 항의나 분쟁의 가능성을 우려하여 생겨난 관행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및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청소년의 정신과 진료나 심리상담을 반대하는 보호자도 드물지 않다. 이러한 기본적 의료 접근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개선에도 한계가 뚜렷하다.
어떤 청소년들이 더 힘든가
왜 이렇게 많은 청소년이 불안과 우울을 견디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되었을까? 그만큼 청소년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환경을 바꾸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한 저연령화에 대한 고민과 함께, 청소년 집단 안에서도 소수자이거나 취약성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더 많은 위기에는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도 질문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청소년 자살 동향 원인 분석 및 대응 방안 포럼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대 자살 사망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여성 청소년 자살률이 2014년 인구 10만 명당 3.4명에서 2024년 8.7명으로 늘었는데, 같은 기간 남성 청소년 자살률은 5.5명에서 7.4명으로 증가해 여성의 증가 폭이 더 컸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차별 실태조사(2025)' 보고서에서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69.0%가 우울 증상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살 위기 상담 건수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성 청소년의 자살률이나 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 위기 및 자해 등이 높아지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정부 차원의 분석이나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지만,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사회경제적 조건 등이 정신건강과 자살 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상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거나 성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문화 속에서 개별적으로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법,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을 익히고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불안하다면 불안을 낮추고, 우울하다면 치료하고, 잠을 못 자면 수면을 관리하라는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존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청소년 자살을 예방한다는 것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청소년에게 스트레스 관리법을 더 잘 가르치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또 현재 교육정책이나 마음건강 지원의 방향성에서 엿보이는 것처럼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 혹은 '문제적 행동을 교정'하는 방식으로는 한 사람의 복잡다단한 삶과 고통, 여러 맥락을 살피기도 어렵다.
교육 및 사회체제 전반의 문제 또한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사람은 교과서와 수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로 삶이 변화하지 않는다. 학교 수업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배운다고 하지만 실제 삶은 민주적이지도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권의 가치는 뒤로 밀리고 내팽개쳐지기 일쑤인 사회이다. 그마저도 반차별이나 성평등,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교육과정에서 다루지조차 않는다. 이런 교육 체제에서는 성적표와 생활기록부, 입시결과가 스스로의 가치의 전부가 될 뿐이다. 소위 '인서울' 하여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것과 함께, 뒤처지지 않는 것만이 삶의 중요한 우선순위이자 목표가 되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불안하고 불행할 수밖에 없다. 시험 성적과 등급으로 학생을 끊임없이 서열화하는 현실이 불안과 우울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외면하는 한 반복되는 죽음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청소년 자살을 막으려면 고통받는 청소년을 치료의 대상이기 이전에 인권의 주체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여가, 놀 권리를 보장하고, 차별과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회가 청소년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청소년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마음을 관리하는 데 그치는 사회가 아니라, 불안과 불행을 낳는 조건 자체를 바꾸는 사회가 필요하다. 치료와 지원을 받을 권리를 넘어, 존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는 응답할 책임이 있다. 청소년 자살을 막는 것은 결국 청소년이 살아갈 만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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