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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미식관광 산업 읽기] ① 먹으러 와서 덜 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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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미식관광 산업 읽기] ① 먹으러 와서 덜 쓰고 간다

관광객은 역대 최대인데, 먹는 데 쓰는 돈은 지갑의 13%뿐

▲ 충청 금강 유역의 향토 음식 도리뱅뱅이. 작은 민물고기를 팬에 둥글게 돌려 담아 바삭하게 지진 뒤 양념을 발라 낸다. 손이 많이 가는 데다 이야기까지 담긴 한 접시지만 흔히 어죽집의 곁들이 메뉴로 저렴한 가격에 팔린다. 향토 음식이 제값을 받는 상품이 될 때 미식관광은 산업이 된다. ⓒ프레시안(문상윤)

지난 8월 「미식과 지역 이야기」 열두 편에서 나는 음식이 어떻게 사람을 부르고 지역을 살리는지를 이야기했다. 이번 연재에서는 질문을 바꾸려 한다. 미식관광은 과연 '산업'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돈은 어디서 들어와 어디로 빠져나가는가? 누가 상품을 만들고 무엇이 그 길을 막는가? 낭만을 잠시 내려놓고 숫자로 미식관광을 읽어 보려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93만 7000명이었다. 종전 최고 기록인 2019년(1750만 명)보다 8.2% 많은 역대 최대다. 그런데 같은 기간 총 관광수입은 218억 9000만 달러로 2019년보다 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람이 늘어난 속도를 돈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1인당 지출은 1155.8달러로 2019년의 1185.2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관광수지는 107억 6000만 달러 적자로 3년 연속 100억 달러대 적자를 이어 갔다.

흔히 드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면세점이다. 외국인 면세점 매출은 2019년 178억 4000만 달러에서 2025년 65억 6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다른 하나는 크루즈다. 배에서 내려 반나절만 머무는 크루즈 관광객이 같은 기간 17만 1000명에서 90만 5000명으로 늘며 평균 지출을 끌어내렸다. 모두 맞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설명에는 빠진 것이 있다. 면세점의 빈자리를 무엇이 채우고 있는가다. 외국인의 국내 의료 소비는 같은 기간 약 3940억 원에서 2조 800억 원 규모로 다섯 배 넘게 커졌다.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쇼핑이 비운 지갑의 일부를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음식은 어떨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에서 방한 외국인의 80.3%가 '식도락 관광'을 했다고 답했다. 전년의 73.2%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로 열 명 중 여덟이 먹는 즐거움을 위해 움직였다는 뜻이다. 가장 만족한 활동을 묻는 질문에서도 식도락은 65.3%로 높은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지갑을 열어 보면 사정이 다르다. 서울시가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쓴 카드 소비액 7조 7813억 원 가운데 쇼핑이 46.6%, 의료·웰니스가 23.8%를 차지했다. 식음료는 13.2%였다.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활동이 지출에서는 세 번째에 머문 것이다.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뚜렷하다. 일본 관광청 조사에서 방일 외국인 여행소비 가운데 음식비 비중은 2025년 3분기 기준 22.9%였다. 다만 한쪽은 설문조사, 다른 쪽은 카드 결제 자료여서 단순 비교는 조심스럽다. 카드 자료에는 현금과 해외 간편결제가 빠져 있고 일본 조사에는 숙박비가 포함되어 분모도 다르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음식이 여행 지출의 한 축을 이루는 반면 우리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나는 이 숫자를 이렇게 읽는다. 한국에서 음식은 '모두가 하지만 아무도 크게 쓰지 않는' 활동이다. 편의점 간식, 길거리 음식, 프랜차이즈 카페, 줄을 서서 먹는 맛집 한 끼. 만족도는 높지만 객단가는 낮다. 음식은 한국을 찾는 '이유'가 되었지만 아직 제값을 받는 '상품'이 되지는 못했다.

1인당 지출은 다시 '하루 지출 × 머무는 날수'로 쪼갤 수 있다. 앞의 외래관광객조사를 보면 2024년 외국인 1인당 지출은 1372.4달러로 2023년의 1513.3달러보다 줄었다. 조사 기준이 달라 앞에서 본 수치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안의 구조는 분명하다. 하루 지출은 228.5달러에서 236.4달러로 오히려 늘었다. 줄어든 것은 체재 기간이다. 평균 7.8일에서 6.7일로 하루 이상 짧아졌다. 관광객은 하루에 더 쓰고 있지만 덜 머물고 있다.

여기서 미식관광의 역할이 분명해진다. 미식은 이 두 변수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관광 자원이다. 저녁 식사는 숙박을 부르고 숙박은 다음 날 아침 시장과 지역내 식당으로 이어진다. 당일치기로 들렀다 갈 도시를 하룻밤 머무는 도시로 바꾸는 힘이 음식에 있다. 한 끼의 객단가를 높이는 일과 머무는 날을 하루 늘리는 일은 따로 노는 과제가 아니라 같은 설계의 두 면이다.

첫째 반론은 이렇다. 많이 오면 결국 많이 쓰는 것 아닌가. 총액만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비용 쪽을 함께 봐야 한다. 혼잡, 쓰레기, 교통, 주민 불편 같은 관광의 비용은 사람 수에 비례해 늘지만 수입은 1인당 지출에 비례한다. 같은 돈을 더 적은 사람에게서 버는 구조가 지역에 덜 부담스럽고 오래간다. 지난 연재에서 다룬 오버투어리즘은 결국 객수만 키우고 객단가를 놓친 결과이기도 하다.

둘째 반론은 객단가를 높이자는 말이 바가지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둘은 전혀 다르다. 바가지는 같은 것을 비싸게 파는 것이고, 객단가를 높이는 것은 더 나은 것을 정당한 값에 파는 것이다. 산지를 둘러보고 그 재료로 차린 식사, 셰프와 마주 앉는 테이블, 지역 전통주와 음식을 짝지은 페어링, 직접 담가 보는 발효 수업. 이런 상품은 음식에 시간과 이야기와 배움을 더해 값을 받는다. 종이컵 하나에 만 원을 받는 야시장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측정하는 방식부터 바꾸자고 제안한다.

첫째 지역 미식관광의 핵심 지표를 방문객 수에서 '외국인 1인당 식음 지출'과 '체재 일수'로 바꿔야 한다. 축제가 끝날 때마다 "○○만 명 방문"이라는 보도자료가 나온다. 손님 수만 세고 객단가를 보지 않는 식당이 오래가지 못하듯, 방문객 수만 자랑하는 관광 정책도 실속을 놓치기 쉽다. 다행히 카드 소비 자료가 공개되면서 업종별, 지역별 지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이미 열려 있다.

둘째, 음식을 '한 끼'가 아니라 '하루'로 설계해야 한다. 점심 맛집 한 곳을 홍보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저녁과 밤,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지는 미식 동선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머무는 날이 늘고 지출이 따라 늘어난다.

셋째, 정책 사업의 성과도 같은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지원금을 받은 미식 축제와 관광 상품이 몇 명을 모았는지가 아니라 1인당 얼마를 쓰게 했고 그 가운데 얼마가 지역에 남았는지를 물어야 한다.

관광객이 먹으러 오는 시대는 이미 왔다. 남은 과제는 그들이 먹고 가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더 많은 사람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물고 더 깊이 맛보는 사람을 맞이하는 것, 그것이 미식관광을 산업으로 만드는 첫걸음이다.

그런데 이 숫자들에는 한 가지 그늘이 더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소비 가운데 71.1%가 서울에서 이루어진다. 지방이 아무리 맛있어도 외국인의 미식 여행은 대부분 서울에서 끝난다. 다음 글에서는 그 이유를 따져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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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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