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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한 무시하는 사이, 중국에 잠식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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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한 무시하는 사이, 중국에 잠식당한다?!

[프레시안 books] 황재옥의 <국경을 걷다>

되살아난 북-중 접경 지역에서의 추억

8월의 폭염 속에서 황재옥의 <국경을 걷다>(서해문집 펴냄)를 읽었다. 당장 북·중 접경 지역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중국 동북 3성 지역의 시원함이 그리웠던 것이다.

3년 2개월간 YTN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최근 돌아온 내게 이 책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특파원 기간 나는 대형 '북한 이슈'가 잇달아 터지는 가운데 북·중 접경 지역을 숱하게 돌아다녔다. 풍부한 사진이 곁들어진 <국경을 걷다>를 읽으면서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 DAGⓒ프레시안

이 책은 전직 통일부 장관 세 명 등 북한 전문가 여덟 명이 8박9일간 북·중 접경 지역을 답사한 기록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가진 첫 느낌은 '특파원 기간에 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었다. 이 책을 읽고 접경 지역을 찾았더라면 좀 더 깊이 있고 다양한 방향으로 취재 보도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북한 전문가도 아닌 처지에 북한 전문가의 답사기를 '평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저 특파원 기간의 경험과 독자의 입장에서 내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책을 읽으면서 크게 네 가지가 눈에 띄었다.

1. 북한의 변화와 북-중 밀착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프롤로그와 마지막 부문에 나타나 있다. 저자는 8박9일간 북·중 접경 지역 답사에 대한 감(感)으로 '변화'를 꼽았다. 중국의 경제 발전이 변방에까지 이르고, 그 물결이 북한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북한에 등을 돌리고 있는 사이 중국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것에 걱정과 우려를 표시했다.

저자가 1998년 8월 북·중 접경 지역을 찾았을 당시 묘사한 북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강 건너 북한 마을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고, 간혹 강가에 나와 멀뚱히 앉아 건너편을 응시하는 북한의 남녀노소들은 팔다리조차 움직일 힘이 없어 보였다. 며칠을 굶었는지 그들의 눈은 퀭하니 초점을 잃은 듯 했다. (…) 그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고, 강 건너 상대방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도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14년 만인 작년(2012년) 8월 다시 찾았을 때 북한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중국의 경제 발전과 맞물려 북한과의 경제 교류가 활기를 띠고 있으며, 강 건너로나마 북한 주민들의 형편이 다소 나아진 듯 보였다. 우리를 건너다보는 북한 주민들의 미소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일상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예전보다 나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이제 북한의 도시들은 예전의 '죽은 도시'가 아닌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로 느껴졌다."

저자는 접경 지역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북한과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목도한다. 이것이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걱정과 우려를 느낀다.

"북한의 경제적 이권과 영토가 우리가 보는 앞에서 중국에게 넘어가고 잠식당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민족 전체의 번영과 이익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방법과 과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북·중 접경 지역을 답사하는 동안 보았던 장면들, 들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느꼈던 소회를 종합하면 한마디로 '걱정과 우려'라고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특파원 기간 동안 김정은 체제 북한의 '변화'를 실감했다. 변화의 최종 도착점이 무엇인지 아직 단언하긴 이르지만 변화의 정도와 속도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북한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사이 북한과 중국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내가 만난 북한 고위층 인사가 던진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왜 같은 민족끼리 손잡고 이익을 나누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게 기회를 줘야 하나?"

2. 탈북 여성의 인권

저자가 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를 다룬 대목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특파원 기간 밀착 취재했던 북한 여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스물한 살이던 북한 여성은 열아홉 살 나이에 인신매매단에 납치돼 중국으로 팔려와 딸까지 낳고 기구한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북한 여성이 자발적으로 또는 강제로 중국에 팔려와 동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현실을 당시 취재로 알게 됐다. 하지만 남성인 나보다 여성인 저자가 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를 훨씬 직접적이고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계 상황에서 여성의 인권 침해는 남성의 인권 침해보다 더 심각하고, 성적인 수치감으로 인한 인간성의 파괴는 여성에게 치유할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게 된다."

"탈북 여성들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것이 두려워 중국 농촌 남성들과 결혼하는 방식으로 신변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중국 남편에게 학대를 받아도 도망을 칠 수 없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중국 남성들은 북한 여성을 감금하거나 폭행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식을 낳은 뒤 내쫓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지만, 최근에는 인신매매단의 속임수에 넘어가 중국 농촌 남성들에게 팔려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배고픔은 인간으로 하여금 모든 것을 뛰어넘게 만든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탈북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 국경으로 가는 첫날의 관문, 다롄 공항. ⓒ서해문집 제공

3. 사라지는 조선족 마을

나는 중국의 연변조선족자치주 설립 60주년인 2012년 9월 현장을 찾았다. 조선족의 현주소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조선족 마을에 보이는 조선족이라곤 노인과 아이들뿐이었다. 아이는 도시에 사는 자식이 맡기고 간 손자였다. 마을의 초등학교는 10년째 폐허로 방치돼 있었다. 그리고 마을에서 눈에 띄는 중장년층은 대부분 한족이었다. 무늬만 조선족 마을이고 실상은 한족이 마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우리 옛 시골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동포는 사라지고 있는 현장…. 저자가 목도한 것 역시 내가 취재한 그대로였다. 저자는 조선족이 중국에 거주하게 된 역사적 연원을 소개하면서 사라져 가고 있는 조선족의 터전을 아쉬워했다.

"중국에서 소수 민족이 자치주를 유지하려면 소수 민족 인구가 지역 전체의 30% 이상이 돼야 하는데 2020년이 되면 조선족 비율이 10%대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 역사적으로 한민족에게 의미가 큰 간도 지역에서 조선족의 위상이 내려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인구가 줄면서 각급 조선족 학교의 80%가 이미 문을 닫았다고 한다."

4. 중국과 일본의 한민족 역사 왜곡

이 책은 특히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 왜곡이라 할 동북공정의 현장을 잘 다루고 있다. 5장 '일본이 찾아내고 중국이 이용하는 광개토대왕릉비'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대국 사이에 낀 채 역사 왜곡을 당해야 하는 한민족의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이는 학계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똑똑히 알고 있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중국의 한민족 역사 왜곡이 한반도 통일 이후까지 대비한 '중화 중심주의'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설득력이 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혹시라도 통일 이후 한반도와의 영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선제공격 또는 '굳히기' 차원에서 고조선,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북-중 접경 지역 답사의 훌륭한 안내서

이밖에도 이 책은 한국 전쟁을 앞두고 긴박했던 중국과 소련의 움직임 등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도 담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북·중 접경 지역에는 북한의 실상을 생생하게 알고 있는 이들이 숨어 있는데 이들의 목소리를 포착해내지는 못한 것이다. 물론 8박 9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런 것까지 요구한다는 것은 지나친 주문일 것이다.

<국경을 걷다>는 어떤 이들이 읽으면 좋을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추천의 글'에서 잘 정리했다.

"앞으로 북-중 접경 지역을 답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사전 정보와 지식 입수 차원에서, 그리고 이미 현장을 답사한 이들에게는 지역 상황과 북-중 관계에 대한 재정리 차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중국에서 3년여 기간 있다가 들어와 보니 한국은 가족 여행, 특히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이 붐이다. 이 책을 들고 아이와 함께 북·중 접경 지역을 탐방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역사와 북한의 모습, 여기에 중국의 현실까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진 않을까?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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